실내디자인 양식 43편|데 스틸과 수직·수평으로 완성하는 신조형주의 공간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기존의 장식과 역사적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보편적인 디자인 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에서 절대주의와 구성주의가 기하학과 추상성을 탐구했다면 네덜란드에서는 선과 면, 색채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단순화하려는 새로운 디자인 운동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데 스틸(De Stijl)​입니다.

데 스틸은 네덜란드어로 ‘양식(The Style)’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1917년 창간된 동명의 잡지를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신조형주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 기본색의 원리는 가구와 건축으로 확장되었고, 결국 벽과 바닥, 천장이 서로 독립된 면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공간개념으로 발전했습니다.


1. 데 스틸이란?

 데 스틸은 1917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예술·디자인 운동입니다.

화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과 예술가·이론가 테오 반 되스버그(Theo van Doesburg)​를 비롯하여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형태와 색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까지 단순화하면 보다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직과 수평의 직선, 사각형과 직사각형 그리고 레드·블루·옐로 같은 기본색이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데 스틸의 핵심은 ‘수직과 수평 + 기본적인 기하학 + 기본색 + 비대칭의 균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데 스틸이란


2. 몬드리안과 신조형주의

 데 스틸의 시각적 원리를 이해하려면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Neoplasticism)​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몬드리안은 자연의 구체적인 형태를 점차 제거하면서 수직과 수평의 검은 선, 화이트 공간과 기본색으로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각형에 빨강과 파랑을 칠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면과 선을 비대칭적으로 배치하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이후 실내에서도 벽과 가구, 창과 색면의 관계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발전했습니다.

몬드리안과 신조형주의


3. 수직과 수평의 질서

 데 스틸에서는 수직과 수평이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됩니다.

벽과 바닥, 천장과 가구의 선을 서로 연결하면 공간 전체에 명확한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현대 실내에서도 벽 패널과 수납장, 천장 조명과 바닥 줄눈의 기준선을 맞추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선을 하나의 격자에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길이의 수직선과 수평선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정적인 질서와 시각적인 긴장감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직과 수평의 질서


4. 기본색의 사용

 데 스틸을 대표하는 색채는 레드와 블루, 옐로이며 여기에 화이트와 블랙, 그레이가 함께 사용됩니다.

기본색은 넓은 공간 전체보다 특정한 면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 실내에서 모든 벽을 강한 원색으로 마감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인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이트와 그레이를 기본으로 하고 문이나 수납장, 의자와 작은 벽면 등에 레드·블루·옐로 가운데 한두 색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색을 장식으로 추가하기보다 공간을 구분하는 하나의 면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색의 사용


5. 리트펠트의 적청 의자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헤리트 리트펠트(Gerrit Rietveld)​는 데 스틸의 원리를 가구에 적용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적청 의자(Red and Blue Chair)​는 여러 개의 직선적인 목재 부재와 독립된 좌판·등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의자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기보다 선과 면이 공간 안에서 서로 교차하는 구조처럼 보입니다.

레드와 블루, 옐로와 블랙을 이용한 색채 역시 각각의 부재를 더욱 명확하게 구분합니다.

이를 통해 가구 역시 작은 건축처럼 선과 면의 관계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리트펠트의 적청 의자


6. 슈뢰더 하우스와 공간의 해체

 데 스틸 건축을 대표하는 작품은 리트펠트가 설계한 리트펠트 슈뢰더 하우스(Rietveld Schröder House)​입니다.

건물의 외관에서는 벽과 슬래브, 창과 난간이 하나의 닫힌 상자를 만드는 대신 각각 독립된 선과 면처럼 구성됩니다.

실내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납니다.

특히 상층부에서는 가변 파티션을 이용하여 필요에 따라 공간을 열거나 나눌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고정된 벽으로 모든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기보다 생활방식에 따라 공간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 주거공간의 중요한 실험이었습니다.

슈뢰더 하우스와 공간의 해체


7. 벽을 독립된 면으로 바라보기

 전통적인 건축에서 벽은 방을 둘러싸는 경계의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데 스틸에서는 벽을 하나의 독립적인 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벽이 반드시 천장과 다른 벽에 완전히 연결될 필요 없이 하나의 판처럼 공간 안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현대 실내에서도 독립형 파티션을 이용하여 공간을 완전히 막지 않고 영역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선과 동선이 계속 연결되면서 공간이 실제보다 더욱 확장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벽을 독립된 면으로 바라보기


8. 가변적인 공간 구성

 데 스틸의 공간개념에서 주목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공간의 가변성입니다.

고정된 방의 개념보다 필요에 따라 공간의 크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현대 주거에서는 슬라이딩도어나 가변 파티션을 이용하여 거실과 서재, 다이닝 공간을 필요에 따라 연결하거나 분리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에서도 이동식 파티션과 모듈형 가구를 이용하여 회의와 업무, 이벤트에 따라 공간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작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가변적인 공간 구성


9. 비대칭 속의 균형

 데 스틸은 전통적인 좌우대칭보다 서로 다른 크기의 요소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만드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큰 화이트 벽면 한쪽에 작은 컬러 패널을 배치하거나 긴 수평선과 짧은 수직선을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현대 실내에서도 소파와 테이블, 조명과 그림을 반드시 중앙에 맞추지 않고 서로 다른 크기와 위치를 조절하여 균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공간이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게 됩니다.

비대칭 속의 균형


10. 절대주의와 데 스틸의 차이

 42편에서 살펴본 절대주의와 데 스틸은 기본적인 기하학과 추상적인 색채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절대주의에서는 사각형과 원 등이 화면에서 기울어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치되면서 무중력 공간처럼 자유로운 구성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데 스틸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직과 수평의 관계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절대주의가 기하학적 형태의 자유로운 관계와 추상적인 공간감을 탐구했다면 데 스틸은 제한된 선과 색을 통해 보다 보편적인 시각적 질서를 만들려고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절대주의와 데 스틸의 차이


11. 바우하우스와의 차이

 데 스틸과 바우하우스 역시 근대 디자인의 발전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동일한 운동은 아닙니다.

데 스틸에서는 수직과 수평, 기본색과 면의 관계를 통해 추상적인 공간질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반면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가구, 그래픽과 공예를 교육과 산업생산에 연결하면서 기능성과 제작방식까지 폭넓게 다루었습니다.

따라서 데 스틸이 형태와 색채를 통한 공간구성의 원리를 강하게 보여준다면 바우하우스는 디자인과 기능, 기술과 생산의 통합​이라는 보다 넓은 목표를 가졌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우하우스와의 차이



12. 현대 실내디자인에서의 활용

 데 스틸의 원리는 주거와 오피스, 전시공간과 상업시설 등 다양한 실내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화이트나 밝은 그레이를 기본으로 공간을 구성한 뒤 수직과 수평의 블랙 라인을 이용하여 벽과 가구의 구조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컬러는 레드와 블루, 옐로 가운데 한두 가지를 선택하여 문이나 가구, 벽면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독립형 파티션을 이용하면 공간을 완전히 막지 않으면서 영역을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붙박이 가구 역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기보다 선반과 판재가 서로 교차하는 구조로 디자인하면 데 스틸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데 스틸을 단순히 ‘몬드리안 패턴을 벽에 그리는 인테리어’​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핵심은 색보다 공간을 구성하는 선과 면의 관계입니다.

벽과 천장, 바닥과 가구가 서로 독립적인 요소이면서도 하나의 전체적인 질서를 형성해야 합니다.

결국 데 스틸이 현대 실내디자인에 남긴 중요한 의미는 닫힌 공간을 만드는 벽의 개념에서 벗어나 선과 면을 자유롭게 구성하여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 실내디자인에서의 활용


실무 TIP

 데 스틸의 디자인 원리를 현대 인테리어에 적용할 때는 원색을 먼저 선택하기보다 수직·수평의 기준선과 면의 비례를 먼저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벽체와 가구, 문과 천장 조명의 주요 수직·수평 기준선을 설정합니다.

② 레드·블루·옐로를 모두 사용할 필요 없이 한두 가지 색만 포인트로 사용합니다.

③ 컬러 면의 크기를 동일하게 반복하기보다 대·중·소의 비례를 만들어 구성합니다.

④ 독립형 파티션은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도록 높이와 위치를 조절합니다.

⑤ 슬라이딩 파티션을 계획할 경우 레일과 손잡이, 수납 위치와 차음성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⑥ 블랙 라인을 목공이나 금속으로 표현할 경우 벽과 가구의 접합부가 정확하게 정렬되도록 시공합니다.

⑦ 바닥 줄눈과 벽 패널의 선을 연결할 경우 현장 먹매김 단계에서 기준선을 통합하여 확인합니다.

⑧ 데 스틸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패턴을 지나치게 반복하기보다 여백을 충분히 남겨 선과 색면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데 스틸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핵심은 ‘수직과 수평 + 독립된 선과 면 + 기본색 + 비대칭의 균형 + 가변적인 공간’​을 이용하여 단순하면서도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입니다.